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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o

Quarto (대신동 다가구 주택군)
개발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세진주택의 조용희 사장이 금화터널 못미쳐 봉원사로 오르는 길가의 지적도를 가지고 왔다. 단독 주택이 있는 큰 대지였다. 200여평이 되는 공간에 최대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였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는 대지를 넷으로 나누었다. 넷으로 나누어진 각각의 대지에 18개의 원룸이 배열되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4~5평의 단위 공간들이 계단과 복도에 의지하여 겹쳐지는 단순한 형식을 만들었다. 도로의 경사를 따라 60㎝씩 높이가 변하며 도로로부터 직각을 이루어 대지 깊숙이 묻혀 들어가는 길이 형성되고, 그에 접속되는 지하 1층, 지상 3층의 방들이 꾸며졌다. 도로에 직교하는 네줄의 레이어는 후면에 놓인 조건영 선배의 봉원교회 교육관에 닿아 있다. 교육관의 길이가 네 동의 건물을 모두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열고 닫힘을 받아주는 배경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 개의 건물은 각각의 투자자들에 의해 개발되는 형식이었으므로 모두 독립된 구성으로 만들어져야 하였다. 다가구 단지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공동의 공간과 시설을 두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네 개의 나열에 의한 반복은 묘한 집합의 형식을 이룬다. 가로에 면한 개체들의 측면이 전체로서는 가로에 대한 정면이 된다. 같은 형태와 같은 색체의 매스들이 반복되며 이루는 모습은 개체의 형식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체의 형상을 만든다. 가로의 형성과 도시의 구성 역시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개체들의 모임으로 집합을 이루고 그 집합이 다시 개체가 되어 더 큰 집합을 이루는 과정, 그리해서 도시가 생성되고 결과로서의 도시가 분화되어 다시 개체로 나누어지는 순환의 고리 속에 건축이 있다. 달동네의 미학과 전통건축의 미학역시 개체적이기보다 전체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나누었거나 모았거나에 관계없이 집합을 전제로 하는 개체 만들기에 열중하여야 할 필요를 느낀다. 개체와 개체 사이의 여백은 필연적인 것이며, 결국 여백의 성격에 의해 전체와 집합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이 정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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