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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lic

Metallic
땅에서 솟아오른 모양이 아니라 땅에 얹혀져 있는 모습을 만들려고 한 것은 그것이 땅을 점령하듯 차지하기보다 빌린 듯 놓여지기를 의도한 것이다. 산자락이 계곡으로 흘러드는 형국에서 무리한 자리잡기는 결국 또 다른 무리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만큼의 축대를 쌓고 땅을 고르기를 한 위에 집을 놓았다. 3.6m의 그리드와 2.4m의 높이로 꾸며진 형강프레임은 현장에서 자르고 붙여 세워진 것이다. 공장제작과 현장조립의 기계적 공정이 아니라 블랙스미스의 손질이었던 셈이었다. 틀 위에 올려진 지붕은 떠 있듯 보이게 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하늘 가리개를 위에 들어 올려서 비스듬한 틈사이로 이웃의 숲과 산봉우리와 구름이 자리잡게 하였다. 폭 1.2m의 기다란 복도는 뒤뜰에서 앞뜰로 나가는 가장 단순한 형식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것에 꿰이듯 방들이 나열되어있고, 그 사이는 벌어져있다. 작위적인 질서를 갖기보다 알맞은 크기로 있을 곳에 두어져 있도록 하였다. 극적인 연출을 하거나 의도적인 손질을 하기보다 골고루 빛과 바람이 들 수 있도록 조절한 것이었다. 주어져 있는 틀 속에서의 자리잡기는 융통성의 구사만으로 충분하였다. 투명한 사이로 드나드는 빛은 밝음과 맑음을 동시에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공간의 내외가 같은 밝음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굳이 내외를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일체감이 만들어질 것이며, 맑음으로 트여진 구획은 주변의 숲과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시간의 흐름까지 하나로 어울리게 되는 또 하나의 장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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