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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내동은 아르키움이 있는 답십리보다 더 변두리이다. 한가롭던 전원풍경이 도시의 모습으로 분주하게 바뀌고 있다.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중랑구청이 자리잡고, 상가들이 들어섰다.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옛모습을 지워내고 있어서 이제 이 곳에서 더 이상 과거의 그림을 그릴 수 없게 한다. 낯선 곳, 낯선 땅, 낯선 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는 그런 운동감만 가득차서 그렇고 그런 도시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고 있다. 아파트단지의 진입로로 뚫려진 도로에 의해 두 동강 나서 삼각형이 된 대지는 도시의 격자체계와 원래의 기억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채 있다. 문중의 묘소가 옮겨지지 못한 채 아직 그대로 옆에 버티고 있고, 새단장을 마친 건물들 사이에 옛집들이 아슬아슬하게 흔적을 지우지 않고 있는 것도 역시 어정쩡한 모습이다. 도시의 질서로 재조직되는 강력한 흐름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그래야 하는가를 따질 겨를도 없이 뾰족한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 새롭게 정해진 규범에 순순히 따라야 하고 바뀌어진 문법에 충실하여야만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 낭만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환상을 갖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게 괸다. 무엇이 담기게 될지도 모르는 공간을 꾸미는 일은 그래서 매운 단순한 작업이 된다. 큰 고민 없이도 평면과 용적은 정해져 있었다. 도시에서의 건축은 특히 상업적인 건축은 간판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도시의 욕망을 기호로 배설하기 위해 건축이 필요한 것이라면 건축하기는 참으로 초라해진다. 간판이 말하려는 것을 건축이 앞서서 해버리면 될 듯도 하지만 도시의 고상하지 못한 속성을 아무래도 이겨내지 못한다. 결국 간판도 건축도 아닌 것에서 해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것들을 누리게 되는 주인이며, 그것들이 목적으로 하는 대상인 인간에게 그 역할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도시에 면한 표피를 가리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열려진 모습의 레이어로 공간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계단과 복도를 길 앞으로 끌어내었다. 반쯤은 안이고 반쯤은 밖인 복도와 계단을 어떤 누가 채우는가에 따라 간판은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 점멸하는 네온사인보다 그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설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간판과의 전쟁을 마무리하는 작전이 수립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보았다. 길로 나뉘어진 건너편 땅을 만지게 되면 또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이번 실험의 결과가 확인된 뒤에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므로 이번 작업이 홀로 될 것인지 짝이 될 것인지 함부로 짐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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