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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꽃마을은 법원과 검찰청 등의 공공청사가 들어서면서부터 번잡하여지기 시작한 지역으로 법조관계의 업무기능을 수용하기 위한 사무소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도시설계지역으로 계획되었음에도 일관된 도시적 맥락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시설계의 한계, 건축설계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양지바른 남향의 언덕배기는 처음대로 한적한 주거지역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다른 곳들이 이미 그랬던 것처럼 미리 자리 잡고 있던 주택들은 불고기 집이나 카페로 바뀌고, 예전부터 살던 사람들은 또 어디론가 옮겨가게 될 것이다. 땅에 뿌리 박고 고향을 만들며 살던 농경민족이 이제는 땅값을 따라 이리 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도시의 베드윈족이 되고 말았다. 이웃한 아파트와 백화점의 그늘에 가려 주눅이 들어 있던 이곳이 벌써부터 하나 둘씩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큰 길가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이 골목길까지 불어와 들썩거리고 있다. 법은 주택을 짓기 위한 법인데 사무실을 지어야 한다. 근린생활시설을 몽땅 집어 넣어 조건에 겨우겨우 맞춘다. 결국은 변호사가 당구장에 있고 사법서사는 기원에 앉게 되며, 시민들은 헬스클럽에서 법률상담을 하게 된다. 애매하기는 복덕방이나 건물주인이나 마찬가지이다. 단속을 맡은 공무원 선생들만 신나게 생겼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런 일들이 어째서 계속되는 것일까? 육법전서를 소상히 꿰뚫고 있는 입주자들이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유야 어떻든 건폐율, 용적률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묘법을 찾는다. 우수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조건이다. 일조권, 사선제한을 요리조리 피해서 궁리 끝에 만들어진 공간은 수요에도 닿지 않을 주차장 만들기에 의해 결정된다. 구조의 최소두깨 20㎝가 된다. 5m40㎝, 8m10㎝하는 모듈이 가능하다. 2m70㎝의 스판에 기둥을 심는 것은 별로다. 벽구조가 타당하다. 사선제한의 한계까지 단계적으로 벽을 올리면 판의 중첩에 의해 켜가 만들어 질 수 있겠다. 곡면의 창과 빗대어 그어진 창으로 내부공간을 조금은 풀어주기로 한다. 계속 실패만 하고 있는 노출콘크리트의 벽을 다시 한번 제시한다. 역시 정중히 거절 당하고 알루미늄판을 씌우기로 한다. 주차장에 꽂혀 있는 콘크리트벽이 마음에 걸리지만 준공때 어물어물하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시킨다. 어느날 갑자기 주차폭이 20㎝가 줄어드는 법이 생겨 목에 걸려 있던 가시가 빠진다. 누구 말처럼 하늘이 도와 구원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범법인채로 있다. 당구장의 변호사와 기원의 사법서사와 탁구장의 아주머니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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