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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오 정형외과

포항 「오」정형외과 의원

아무것도 주어진 조건이 없는 평범한 대지를 만나게 되면, 그 막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형태, 주변을 둘러보아도 끌어당기는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 점점이 놓여진 고만고만한 상가와 여관 등등. 반듯하게 나누어진 넓은 도로는 텅 빈 채 정지되어 있고 한낮의 햇볕을 가리울 가로수마저 가지를 벗지 못하고 꼭지가 잘린 채 버팀목에 의지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이 지방도시의 개발지역이 그리고 있는 느낌의 전부였다.

지극히 합리적인 선과 면의 배치로 이루어진 도시의 질서 속에서 편안한 안정감을 얻지 못하고 짜증과 불만이 일어나는 것이 이상스럽다. 도시계획이나 행정의 기능적인 단순성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직선과 직각을 그릴 수 밖에 없는 제도판과 삼각자가 그 원인인 듯도 하다. 아무튼 열병식 같은 공간의 질서는 마치 양계장의 그것을 연상시켜 조그만 즐거움도 우러나오지 못하게 한다. 오히려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에 건축가는 자유스러울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이루어질 질서의 불확실성이 시커먼 배경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제 혼자만의 주장을 일으키기에는 용기가 필요해진다.

결국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거나 설정하는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런 경우 건축가의 개성적인 표현보다는 보편성 쪽으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경우의 건축주의 성행은 모험적인 시도보다는 무난한 쪽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에는 지역적인 특성도 작용하지만 건축주의 직업적 특성도 큰 몫을 하게 된다.

그들(의사)의 의식구조는 대체적으로 흑백논리를 바탕에 둔, 완벽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생명과 인체의 구조를 다루기 때문에 모든 조건의 제시가 합리적이어야 하고, 또 논리적이어야 한다. 비현실적이거나 환상적인 테마는 좀처럼 수용되기 힘들다. 건축가의 관념적인 아이디어도 구체적인 방법으로 논증되어야 수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쪽에서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시공상의 조그만 하자도, 그쪽의 입장에서는 결정적인 실수로 보이곤 한다. 외형적인 허세보다는 내면적인 충실에 많은 노력을 들이게 되므로 설계와 시공의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게 되어 나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쪽의 영역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것은 전문성의 한계에 있어서는 그 한도가 정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모든 것은 이쪽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앞서서 설정하고 해결하여 정리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안되는 것이다. 되어진 결과는 그리 별스럽지도 않은 지방 소도시의 평범한 의원건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해도 이 일을 위해 하늘을 오가며 보낸 시간과 동해안의 맑은 고기는 하나의 흔적으로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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