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강남교당
원불교 강남교당 (Kangnam Temple of Wonbuddism)
건축가와 건축주의 만남이 통상 그렇겠지만 이번의 경우에도 어떤 필연의 연결이라기 보다는 우연의 맺음이 그 시작이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건축주와의 만남이 깊어지고 대화가 오감에 따라 하나의 합일점을 찾게 되면서 우연이었던 만남이 필연으로 되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결말이 되고 만다.
종교적인 프로젝트를 다룸에 있어서 항상 망설여지는 것은 건축가의 입장에서 그 종교와 어떤 관련을 가져야하는가 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종교를 믿는 건축가이어야 합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닌지가 확신이 가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테마 1속에 들어가 이루어지는 작업이라야 합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 테마의 아웃사이드에 위치한 입장에서 다루어야 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건축가 자신의 신앙심이 종교적 공간구성의 모티브가 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종교적인 프라이버시를 전혀 갖추지 않은 단순한 건축가의 직관력이 모티브가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또 종교적 공간을 만드는데 앞에서 인간적인 기교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되겠고 공간의 구성이나 효과의 연출을 위해 기교가 필요한 것인지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러한 경우에 건축가로서 가져야 될 근본적인 자세는 어느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순수한 건축적 방법의 추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원불교의 경우는 특히나 일반적인 인포메이션 조차 없는 상태에서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테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과정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되었다. 원불교의 종교성이라 형식 등에 대한 당초의 선입관을 백지화시키는 것에서 우선 여유를 찾아야 하였다. 그러한 여유를 갖춘 뒤에라야 테마에 대한 순수한 접근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과정으로 원불교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일이 뒤따르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은 건축주와의 대화와 기존의 교당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기능에 관한 요구조건이 주어지고 필요로 하는 공간의 구성이 구체적인 성격으로 정리되면서 조형적인 상징성으로 원의 형태를 제시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원불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일원상의 그것과 합치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체택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지의 조건이 둥그런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고 주위의 환경조차 둥근 형태를 유출할 수 있는 아무런 암시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정리되어진 결과는 대지의 효용성을 최대로 하는 배치구성을 하되 디자인의 요소를 둥글게 처리하여 전체적인 구성에서 둥근형태가 강조되도록 시도하게 되었다.
결과가 얼마만큼 처음의 시도와 일치되었는지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지만 애써 구성한 효과가 대지를 가로지르고 있는 고압선에 의한 제한으로 말미암아 흐트러져 버리고만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대할 때에 품었던 원불교 건축의 전형을 만들어 보려했던 의도가 얼마만큼이나 이루어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니면 대안의 제시에 그치고 만 것인 듯도 해서 엉거주춤해 하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