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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파빌리온 Pavillion - Prolix

Prolix (서호파빌리온)
건축은 있음과 없음의 상대적 개념에 의해 규정되거나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상관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은 의도된 기교보다 무의식의 과정을 통한 관조의 결과이다. 이룸이 아닌 이룸과 표현하지 않는 표현으로 이 시대의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을 생각한다. 주어진 장소는 이미 자연의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건축의 한계공간을 초월하는 호수와 숲의 열려진 모습을 함부로 간섭하지 않도록 자세를 낮춘다. 무모한 반응보다 겸손한 모습으로 이곳 호수의 언저리, 숲의 사이에서 이 땅의 한 부분이고 싶다. 환경에 순응하되 절제된 명료함을 갖추어 몰입과 일탈을 동시에 얻으려고 한다.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서 건축은 도시를 이룬다. 거대한 상업시설과 오락공간의 번잡스러운 모양이 빈약한 무표정의 아파트단지와 함께 이웃해 있다. 남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도시의 모습은 제각각 돋구어내는 목청으로 소란스러운 불협화음을 만든다. 제 모습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오히려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단순함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것이기보다 더욱 적극적인 제안을 하기 위해서이다. 과장과 왜곡은 진실하지 못한 것이다. 불필요한 허식과 가식을 걷어내어 순수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조건과 기능에 적응하는 순리적인 자연스러움이 본래의 미덕이었음을 기억한다. 건축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만드는 매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완성된다. 수 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시행착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 땅의 풍토와 역사로부터 지혜를 빌린다. 자연과 마을과 인간을 연결하는 장치인 건축을 무중력적인 투명한 상태로 있게 하려는 것은 오늘에 가능한 암시이다. 보이지만 만져지지 않는 상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의미로서 ‘없음’은 서호파빌리온의 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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