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거제도 주택

Guest house

매우 단순한 평면을 만들고 싶었다. 도시가 아닌 저수지를 앞에 놓고 평면을 조작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욕심이었다. 산에 비가 내리고 숲에 스며든 빗물이 땅의 낮은 곳으로 모여 흐름을 이루면 계곡은 깊어져 바다로 가는 길이 되고 있는 곳에서 그어서 막고 세워서 사리는 작업은 아예 소용없을 듯하였다. 저수지의 둑은 물을 모으기 위한 것이지 결코 막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작은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수면에 그려진 숲의 그림자는 끝없는 깊이를 만들었다. 기슭의 숲은 물속보다 훨씬 아래까지 내려가고 있었다. 산이 바다로 이어지는 골짜기에서 집은 수로처럼 자리잡아야 하였다. 계곡을 채우고 있는 밝은 빛과 산, 그림자와 바람과 안개와 물 흐르는 소리를 본래의 모습처럼 지나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땅 위에 암거처럼 놓인 수로는 맑아야 하였다. 숨쉴 수 있도록 가벼움으로 채워져서 마치 텅 빈 것 같아야 편안하였다. 이리 돌아 저리 가라하는 것보다 그냥 오고 갈 수 있으면 되었다. 속이 있어도 들어있기보다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면 충분하였다. 수면의 햇빛이 바람에 일렁이는 잔잔한 출렁임과 산의 호흡이 숲사이를 흐르며 내는 작은 숨소리가 공명하는 공간을 상상하였다. 상상을 실제로 옮기기위하여 손질한 것은 두개의 박스를 나란히 두고 앞과 뒤를 열어 놓은 것 뿐이다. 닫지 않고 열어 두기 위한 잡법론으로 지금까지 찾아낸 것은 열림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만들지 않거나 제거하는 것 외에는 없다. 생활이 나아지고 시간이 흐르면 어차피 막혀질 것을 알지만 일상과 개념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건축의 역할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아직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copyrights ⓒ archium.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